작년까지만 해도 평균 1%대의 정기예금 이자 받아서 뭐하냐며 전국적으로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었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올해 10월까지 한국은행에서 벌써 6번이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1금융권 정기예금 12개월 이자가 4%를 넘어섰고 저축은행의 경우 2년에 6%를 주는 정기예금까지 출시를 했습니다.
이 정도면 주식이나 코인에 들어가 있는 돈 다 빼서 정기예금에 올인하는 게 답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돌이켜보면 작년에 주식에 올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올해 정기예금에 올인하는 것 또한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후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정기예금에 올인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접근 방식은 무엇일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기예금에 올인하면 안 되는 이유
위 테이블을 보면, 작년과 단순 비교만 해보아도 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가 겨우 10개월 사이에 거의 3% p 올랐는데요.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빠른 금리 상승기는 처음입니다. 이런 표를 보시면 얼른 투자 자산 다 팔아버리고, 모든 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싶으신가요? 혹은 아직 투자 자산에 투자를 하지 않으셨다면, 다들 투자해봤자 -4~50%씩 손실 난다고 하는데, 안전하게 정기예금에서 4%에서 5% 정도 이자를 받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은행 어플 켜서 정기예금 상품 가입하시기 전에 이 글을 조금 더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정기예금 외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
복리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 가장 중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리의 마법입니다. 유명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복리는 세계의 8번째 불가사의다"라며, 이것을 이해하는 자는 자산을 증식하고, 이해 못 하는 자는 대가를 지불할 것이라 했는데요. 그만큼 투자에 있어 복리의 힘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투자 수익률을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일례로 저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를 통해 100조 이상의 부를 쌓았으나, 그중 90%의 부는 65세 이상에 증식했습니다. 10대부터 투자를 했던 주식 천재도 대부분의 자산은 복리의 마법이 본격적으로 작동한 이후에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복리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셨다면, 어떻게 해야 복리의 마법을 내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실 텐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장기적으로 보유해도 좋은 투자 자산(주식, 부동산 등)을 장기 보유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치 있는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금리 인상과 경기 불황에 대한 공포가 가득한 시기에 폭락하는 투자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게 맞는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이렇게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시장은 처음 경험해보기 때문에, 주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데요.
그래서 투자 자산의 장기 보유와 지속적인 적립식 투자에 대해 미국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닉 매기울리의 데이터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데이터 과학자이자 자산 관리 전문가인 닉 매기울리는 흔히 바이더딥이라고 하는 시장이 단기적으로 가장 하락한 지점에서만 매수하는 것과 매월 정기적으로 매수하는 평균단가분할매입법 전략의 수익률을 비교 분석하였는데요.
해당 데이터를 추세 확인 가능한 간단한 버전의 그래프로 그려보면 위와 같습니다. 위 그래프는 S&P 시장 지수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바이더딥과 평균단가분할매입법의 특정 연도부터 40년간의 수익률을 비교한 그래프인데요. 보시는 것과 같이 바이더딥의 수익이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평균단가분할매입법보다 70% 더 수익이 저조했습니다.
위 바이더딥 전략은 추가 금액에 대해 바이더딥 투자를 하는 것인데요. 만약 우리가 투자 자금을 전부 빼서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바이더딥 전략을 노린다면 복리 효과를 누리기가 더 어렵고 마켓 타이밍에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위 전략보다도 수익이 저조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역사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한다고 했을 때, 주식이 더 떨어질 때까지 타이밍을 재면서 정기 예금으로 모든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꾸준히 가능한 선에서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이 수익률이 더 좋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켓 타이밍을 잡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물론, 앞서 보시는 것처럼 1930년대 대공황 같이 폭락장이 운 좋게 오고, 이때 많은 돈을 투자한다면 매우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IMF나 코로나 때 큰돈을 투자하여 수익을 낸 사람들의 성공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위의 바이더딥 전략 수익률조차도 우리가 모든 최저점을 다 알고 투자한다는 전제하의 수익률인데, 실제로 이렇게 꾸준히 모든 최저점을 맞추어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말 운 좋게 비슷한 시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확신이 없기 때문에 많은 돈을 한 번에 올인해서 투자하기 어렵고, 결국에는 주식이 또 폭등한 이후에 뒤늦게 투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폭락장 자체가 역사상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딱 원하는 타이밍에 큰 금액을 배팅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경기 불황 시기에 폭락을 하기 때문에, 저와 같은 직장인이 예전 IMF 때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큰돈을 베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안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폭락한 이후 다시 시장 회복기가 오면, 보통 순식간에 회복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폭락 이후 저점에서 매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 금리가 올라 정기예금의 매력도가 올라갔지만, 그렇다고 모든 돈을 정기예금에 넣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손해일 수 있습니다
-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복리 수익이 중요한데, 복리 수익은 투자 시장에 오래 머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
- 오래 머물기 위해 우리와 같은 일반 직장인들이 취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은 매월 가능한 선에서 꾸준히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하에, 정기예금에 모든 돈을 넣는다는 것은 결국 마켓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뜻과 같으나 확률적으로 마켓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려해볼 수 있는 투자 전략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좋은 경우는 없을까?
정기예금이 나쁘다거나, 절대로 예치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정기예금이나 파킹 통장 같은 것을 요긴하게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는데요. 정기예금을 사용할지 말지는 돈의 무게에 따라 결정을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벼운 돈과 무거운 돈의 차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에는 각기 다른 무게가 있습니다. 스노우 폭스 그룹 김승호 회장은 '돈의 속성'에서 돈은 사람처럼 인격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요. 돈도 사람과 같이 인격체가 있어 함부로 대하면 다가오지 않고, 존중하고 감사하면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다가온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돈은 우리와의 관계에 따라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고, 이 속성의 차이에 따라 투자 역시 다른 접근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돈 중에는 금방 소비가 되고 싶어 하는 가벼운 돈과 오랫동안 복리의 마법을 누리며 우리 곁을 함께 지켜주는 무거운 돈이 있습니다.
- 가벼운 돈: 1~2년 안에 사용해야 하거나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돈
- 무거운 돈: 짧게는 5년에서 10년 이상 사용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돈
돈의 특성에 따른 투자 전략
1) 가벼운 돈:
먼저 가벼운 돈은 언제든 필요할 때 빼서 써야 하는 돈이므로, 복리의 효과를 누리는 투자에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가벼운 돈은 소비 예측 가능 시점에 따라 나누어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소비 시점이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면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 계획 때문에 2년 뒤에 목돈을 사용해야 하거나, 자녀 계획으로 1년 뒤에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시점에 맞춰 정기예금 1년 혹은 2년 상품을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저축하는 금액이 크지 않다면 이자 포함 예금자 보호가 되는 5000만 원 선에서 저축은행의 1-2% 정도 더 높은 이자 수익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반면에, 소비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돈이라면 정기예금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입출금 통장을 추천드립니다. 이 역시 금액을 5000만 원 수준에서 쪼개서 저축은행을 활용하시면 현 기준 3%대 금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벼운 돈이라도 다 예금에만 넣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분이시라면, 돈이 필요한 시기까지의 자신의 예상 현금흐름을 계산하고, 해당 현금흐름에서 사용해야 하는 금액에 +20% 정도 버퍼 혹은 최소 500만 원 수준의 비상금 여유를 두고, 나머지 금액을 다른 자산 투자에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2년 뒤에 1억을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 1억이 있고, 앞으로 2년 동안 5000만 원을 더 모을 수 있다면, 1억 500 ~1.2억 정도를 남겨두고 3000만 원에서 4500만 원 정도를 적립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24개월로 나눠보면 월 120~180만 원 정도가 투자 가능 금액이 됩니다.
2) 무거운 돈:
5년에서 10년 정도 묵혀둘 수 있는 돈의 경우, 복리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 투자 자산에 장기 투자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무거운 돈의 경우, 이미 투자되어있는 자산과 아직 투자하지 않은 자산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먼저, 이미 투자되어 있는 자산의 경우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 자산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는 편이라면, 단기적 가격 하락에 흔들리지 말고 복리 수익을 얻기 위해 장기 보유를 해야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미국 S&P 500에 비중 있게 투자를 하고 있는데요. 미국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예금 이자 수익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하락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투자하지 않은 돈이 있다면, 적정 자산 배분 기준을 수립하고 해당 비중을 맞추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수익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현금과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30% 정도 가져가고 나머지 70%를 주식에 투자할 계획을 수립하였다면, 월급으로 새로운 현금흐름이 들어올 때마다 70%를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적립식으로 투자할 때 앞서 말씀드린 복리의 효과를 충분히 누려 장기적으로 10-20년 뒤에 우리의 은퇴를 뒷받침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해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이나 코인 등 본인에게 맞는 다른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핵심은 모든 돈을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돈의 성격에 따라 돈을 구분하고, 각각의 성격에 맞는 최적의 투자 전략을 통해 복리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 것에 있습니다.
모든 투자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투자 자문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추천드리며, 직접 공부해서 투자하시는 경우 오늘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공부하고 실천하면서 공유할만한 내용이 있으면 또 공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금리 인상시기 정기예금뿐 아니라 다른 투자 자산에도 적절히 자산 배분하시어 완전한 자유를 얻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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